[ 과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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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위해 취직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택배를 나르다가 미끄러져서 부숴 먹은 적이 있다. 내용물은 유리 공예품. 가진 돈보다 훨씬 비싼 물건이어서 그만 사채업까지 손을 댔다. 가족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것을 어떡해서든 막으려고 밥도 줄이고 무리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러다 2년 전, 인류 최대 최악의 절망적 사건이 터지고 사채업자들은 연락이 끊겼다. 산티아고는 운 좋게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연락이 끊겼을 뿐 갚아야 할 이자는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해한다. 연락이 끊긴 사이 이자가 무지막지하게 불어나면 어쩌나 싶어서. 초세계급이라는 명성에 가로막혀 가족에게 해코지했으면 어쩌나 싶어서. 분명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불안을 떨치기엔 너무도 나약한 성격이다.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며 잘 살지만, 이따금 밤에 혼자 잠들 때면 불쑥불쑥 생각 나버리고 만다.

이런 일 때문에 집에 안 간 지도 9년이 되었다. 가족을 무척이나 그리워한다. 초세계급으로서 잘 지내는 것으로 안부를 대신 전하고 있다.